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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은 칼럼] 북의 도발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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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은 칼럼] 북의 도발과 대화

임양은 논설위원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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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달이 넘는다. 북 측이 남쪽을 협박하면서 몹쓸 말은 다 동원했다. 예를 든다. 정전협정 무효화, 남북직통전화 단절, 사격 대기명령, 전시상황 돌입명령, 미 본토 핵 공격 위협, 평양주재 외국공관 철수 권고, 남한 외국인 대피 종용, 전쟁이 오늘 날지 내일 날지 모른다는 등 해도 너무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개성공단 잠정 중단 카드까지 꺼냈다. 협박에는 외무성 인민군 최고사령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이 나섰다. 말도 거칠었다. “남조선 호전광” “북침준비” “역적패당” “괴뢰도당” “말에 그치지 않는 불벼락” 등 다 옮길 수 없을 정도다.

쥐가 나무를 갉는 것은 배고파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앞니가 웃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닳는 것이다. 평양정권은 체제 유지를 위해 상습적으로 갉아야만 했다. 이것이 건국 이래 남북관계 65년의 역사다. 1950년 625 남침을 비롯해 KAL기 납치, 124 청와대 기습사건, 울진 무장공비 침투, KAL기 폭파, 강릉 무장공비 침투,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도 부족했던지 320 컴퓨터 해킹까지 감행했다. 이 외에도 인민군의 대성동 주민납치 등 육해공에 걸쳐 자행된 도발행위를 여기에 모두 열거할 수는 없다.

긴장 조성은 카리스마 만들기

그렇다고 도발만 한 것은 아니다. 남북간의 접촉도 있었다. 정상회담(2차), 총리회담(8차), 장관급회담(15차), 경협실무자회담(8차)과 적십자회담에 국회와 군사접촉도 수 차례 가졌다. 지리했던 6자회담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결과는 북에 퍼 준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공식 비공식으로 갖다 준 게 수 조원 대에 이르는 데 되레 협박만 당한다. 대화와 도발을 병행하는 담담타타( 談談打打) 전법은 원래 마오쩌둥(毛澤東)에서 유래된 저들의 기본 전법이다. 마오는 2차국공합작으로 공산당의 힘을 키웠고 평양정권은 대화하는 사이에 핵과 미사일을 키운 것이다. 앞으로도 이럴 것이다. 하지만 동족간에 대화를 안 할 수는 없다. 또 만나봐야 별 효과가 없는 게 그간의 경험이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개혁개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려워도 인내해야 한다. 중국은 개혁개방에도 공산당 일당정치로 마오를 여전히 국부로 받들고 있다. 북 역시 개혁개방을 해도 일당독재와 수령론 계승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 대화 제의를 북이 거부한 것은 아직도 ‘타타’할 것이 있어서 ‘담담’을 미룬다는 신호다. 그 ‘타타’는 미사일 발사일 수 있고 4차핵실험일 수 있고 또 다른 형태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한미동맹 등 남쪽의 안보태세에 이상이 없는 한 전면전은 안 일어난다는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이미 핵무장 강화와 경제건설을 양대 지표로 내걸었다. 전면전을 하면서 경제건설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제를 염두에 둔 김 비서의 내각 총리 임명은 박봉주를 기용할만큼 무거운 무게를 갖는다. 박 총리는 손 꼽히는 태크노크라스인 것이다. 개성공단 사태가 개선되지 않은 것은 남북 모두가 불행한 노릇이다. 그러나 쉽게 폐쇄할 것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사업이기 때문이다.

북의 한반도 긴장 조성과 협박은 다분히 작위적이다. 김정은 제1비서의 1주년에 즈음한 대내결속, 대외과시를 위한 것으로 이는 카리스마 만들기로 해석된다. 군부대의 잦은 시찰은 현지지도의 업적 쌓기로 보인다. 하지만 생각해본다. 우린 언제까지 당해야만 하는가, 언제까지 인내 해야만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앞에서 예시한 국지적 도발의 열거만으로도 너무 했다 할 것이며 무던히 참아 왔다.

군부시찰 현지지도 업적 쌓기

그런데도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위협은 계속된다. 참으로 아쉬운 것은 대화를 해도 언제나 본질적 문제엔 엉뚱한 편의적 논리를 우기곤 하는 것이다. 국제깡패라 할까, 진정성이 없다. 이젠 더 심할 것이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핵 무기는 신주단지처럼 여기는 신앙이다. 그러나 소련이 핵무기가 없고 미사일이 없어 붕괴된 것은 아니다. 핵의 신앙화는 되레 재앙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제 언제까지 인내하는 가에 해답이 나온다. 끝까지 참아야 된다. 그 끝은 개혁개방을 않는 한 저들의 끝이기 때문이다.

 

임양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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