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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은칼럼] 당선인 인사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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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은칼럼] 당선인 인사의 ‘역설’

임양은 논설위원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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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취임축하 쓴소리

각료 등 인사청문회 대상의 고관현직에 오르려면 먼저 위장전입을 해야 한다. 민초는 허위신고엔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천만원 미만의 처벌이 무서워 엄두도 못내는 주민등록법 위반을 그들은 자식을 위하고, 아파트를 위해서라면 예사로 했다. 아니면 땅을 사야 한다.

농사를 짓거나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사 둔 것이라지만 쉽게 말해서 부동산 투기인 것이다. 권세를 부리는 남편 그늘에서 그들 사모님족은 복부인 여편네와 똑같은 짓을 했다.

병역면제도 거의 필수과목이다. 본인이나 아들 또는 아버지와 아들이 군대에 안 가는 것이다. 형제가 안 가는 수도 있다. 중생들은 대학 등록금이 없거나 하면 당연히 갔다 와야 할 군대부터 갈 생각을 먼저 하는 데 이들은 용하게도 안 갔다. 이유는 가지가지다. 폐결핵이나 체중미달, 허리 디스크 등 심지어는 손가락 마비로 병역이 면제 됐다는 사람도 있다.

합법적이라는 것이다. 이상한 것은 면제의 특혜를 받고 나서는 마비된 손가락도 풀리고 디스크도 낫고 체중도 오르고 폐결핵이 완치됐다는 것이다. 이 기막힌 재주에 고개를 갸우뚱하면 진단서 등 증빙자료를 들이 대지만 이를 제대로 믿는 중생은 별로 없다. 그따위 것은 그렇게 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한마디만 더 한다. 입대한 아들의 사복을 부대에서 보내 온 소포를 받고 눈물을 쏟은 경험이 없는 어머니는 ‘대한민국의 어머니’ 자격이 없다.

대탕평책 흔적도 없어

인사의 대탕평책은 대선용 구호였을 뿐, 대탕평은 물 건너갔다. 탕평책이 뭔가, 감히 비유컨대 나 같았으면 장관 대여섯 자리쯤은 야당이 싫다해도 떠맏겼을 것이다. 특정지역이나 특정대학 쏠림 현상이 뚜렷해 균형과 안배는 빛 바랬다. 17명의 장관 중에는 말 할 것 없고 30명의 새 정부 인사 인선에도 경기도 출신은 단 1명이 없다. 당선인은 그 이유를 말해야 한다. 경기 출신의 각료나 수석비서 등의 재목들은 아마 위장전입을 안 하고 부동산투기나 병역면제 특혜를 받은 사람이 없어 낙점이 안 됐나 보다.

검사 출신 맹신병은 당선인 특유의 증상이다. 검사와 사생활과 국정 장악력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도 이를 혼동하는 증상이 심하다. 기막힌 것은 검사 30년에 변호사 월 수입 3천만원은 ‘과다하지 않다’는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망언이다. 민초사회의 30년 경력에 하루 백만원씩 버는 전문직이 어디에 있나, 그는 특권의식에 젖어있는 사람이다. 또 얼마나 걸출한 인재이기에 이중 국적자를 굳이 장관으로 내정했는지 두고 볼 일이다.

결국 당선인 인사는 신선감도 감격도 없는 끼리끼리 자기네 잔치가 되고 말았다. 대를 이어가며 내 사람을 찾는 철저한 인맥이다. 그러면서 위장전입하고 땅 사고 군대 안 간 것은 능력과 다른 신상털기니까 따질 것 없다는 식이다. 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이다. 맘 먹기에 달렸다. 하지만 이런 면이 있다. 인사권자 고유의 권한에 틀림 없으나 소유물은 아니다. 그러므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박근혜 인사 스타일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든다. 그의 황소 고집은 일찍이 이회창이 두 손 든 바가 있다.

경기 출신 왜 1명도 없나

‘꿩 잡는 게 매다’라고 했다. 위장전입하고 투기하고 군대 안간 보편적 흠결에도 맡은 일만 잘 하면 된다 할 것이다. 그렇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경험으로 보아 그런 위인이 특출하게 잘 한 것을 볼 수 없었다. 능력과 도덕성의 겸비를 찾지 못한 인사는 시야가 좁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못되길 바라고 하는 소리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대북 등 대외관계나 민생 등 대내문제에 어려운 일이 산적해 있다. 출발은 미흡 하더라도 끝은 장대하게 매듭짓는 비장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근래 들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좌파에 정권을 맡길 수 없어 박근혜를 찍었지만 국정 운영에 웬지 불안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임양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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