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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의 불편한 진실-‘고기 잡는 것 합법이다’
오피니언 목요칼럼

시화호의 불편한 진실-‘고기 잡는 것 합법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imj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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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근거 6년 전 없어졌는데…

단속행정 버리고 관리행정으로

‘11.2㎞ 방조제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저마다 차를 세워놓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눈길이 찌와 다른 곳을 번갈아 오간다. 혹여나 단속반이 올까 불안해서다. 56.5㎢ 내수면 위에도 작은 배와 보트가 떠 있다. 여러 개의 낚싯대가 걸쳐 있다. 그늘막이 쳐져 있고 챙이 넓은 모자에 안경까지 눌러 썼다. 역시 불안해하는 눈치다.’-시화호를 처음 찾는 상당수 꾼들의 모습이다.

 

‘방조제를 지나는 길옆으로 차량이 늘어섰다. 아슬아슬한 운전에 짜증 난 운전자들이 분통을 터뜨린다. “시청은 뭐 하는 거야. 불법 낚시꾼들도 단속 안 하고.” 성질 급한 사람은 곧바로 전화기를 든다. 불법 낚시행위를 단속하라며 공무원을 다그친다. “단속에 나서겠다.”라는 말을 듣고서야 분을 가라앉힌다.’-전어가 한 창인 요즘 시화호에서 수도 없이 목격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게 해프닝이다. 낚시꾼들은 단속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전어를 건져 올리든 꽃게가 걸려 나오든 괜찮다. 보트 위 그늘막 아래로 숨을 필요도 없다. 낚싯대 열 개를 드리우던 스무 개를 드리우든 상관없다. 얼음 상자 한가득 전어를 담아가도 되고 우럭을 채워가도 된다. 문제 될 게 없으니 이들을 고발하는 운전자들의 신고도 웃기는 일이다.

 

왜 이런 촌극이 반복되는 걸까.

 

시화호 완공 초기. 그때는 불법이었다. 산업입지및개발에관한법률 시행령에 그렇게 돼 있었다. ‘법에서 정하는 지구 내의 수산물을 포획 채취해서는 안 된다.’ 그랬던 규정이 2006년 없어졌다. 시화호에 사는 전어, 우럭, 숭어의 주인이 없어진 셈이다. 적어도 적법한 어로행위에 관한 한 방조제 밖(外海)이나 안(內海)이나 구분이 없어졌다.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았을 곳은 당연히 담당 기관이다. 하지만, 수자원 공사도 안산시도 침묵하고 있다. 불법이 합법으로-최소한 처벌근거가 없어진 상태로-바뀌었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법 개정을 모르는 시민들이 ‘단속해달라.’고 신고하면 ‘알겠다. 단속하겠다.’라고 답한다. 마치 여전히 불법인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있다. 이러기를 6년째다.

 

흔히들 눈 감고 아웅 한다고 한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흘러가는 데로 둔다는 얘기다. 지금의 시화호 정책이 그렇다. 시행령 개정의 내용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법 개정에 따른 합·불법의 새로운 경계가 정립된 것도 아니다. 어업행위에 대한 해석은 시의 말 다르고 공사의 말 다르다. 그 흔한 유권해석 한 번을 안 했다.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덮고 가고 있다.

 

안산시 담당 공무원 A. “워낙 예민한 문제다. 행정이 이래선 안 된다는 점은 잘 안다. 하지만,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면 우리 행정력으로 이를 관리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차라리 솔직한 하소연이다. 면적만 여의도 60배다. 이곳이 전국에서 몰려든 조사와 관광객으로 꽉 찰 수도 있다. 해양수산계 소속 공무원 서너 명이 어떻게 감당하겠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니 공개하자는 거다. 침묵으로 버티는 속앓이는 인제 그만 하라는 거다. 터뜨려야 문제가 보이고, 문제가 보여야 답이 나온다.

 

혈세 6천200억 원이 들어갔다. 1987 년 6월 첫 삽을 뜰 때 세 가지 목적을 얘기했다. 공업용지 확충, 복합영농단지 개발, 수도권 주민의 휴식공간 조성. 이 가운데 공업용지 확충은 폐수방류로 물거품이 됐고, 공업용지 공급은 1998년 농림부가 손 떼면서 물 건너갔다. 그나마 남은 시화호의 목적은 주민의 휴식공간 조성이다.

 

이 목적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몰려올 관광객은 악재가 아니라 호재다. 동양최대의 영농시설 대신 동양최대 관광지라도 얻으면 좋은 일이다. 기관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생각을 바꾸고, 단속의 매력에서 관리의 책임으로 생각을 바꾸면 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출발이 ‘시화호에서 고기 잡는 것은 사실 6년 전부터 합법이었다.’라는 고백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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