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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투표, 지는 쪽은 떠나라
오피니언 목요칼럼

무상급식 투표, 지는 쪽은 떠나라

김종구 논설위원 kimj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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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5일. 아침 신문에 보도된 자료가 눈길을 끌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여론조사(조사기관 KSDC)였다. 찬성 17%, 반대 51%로 일방적이다. ’총선 공약에 넣어 유권자의 검증을 다시 받으라’는 요구도 65.0%나 된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100일, 대통령 취임식이 있은 지 30일 됐다. 그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는 48.67%를 얻었다. 대한민국 대선 역사상 최고 득표율이다. 그리고 그 후보의 대표 공약이 바로 한반도대운하였다. 불과 석달만에 나타난 충격적인 반전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화려하게 등장했던 그의 공약 1호는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선거와 공약의 관계는 늘 이렇다. 공약으로서의 검증과 정책으로서의 검증은 별개다. 제 아무리 그럴 듯한 공약도 선거 광풍속에서는 무수히 휩쓸려 가는 조각 중 하나다. 선거가 끝나면 민심은 냉정해지고, 선거전을 달궜던 공약은 또 다시 검증의 대상이 된다.

한반도 대운하 3년. 그런 일이 또 벌어지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야권은 얘기한다.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의 검증은 지방선거로 끝났다. 끝난 문제를 돈 써가며 재탕하려 한다. 나쁜 투표다’. 여권의 얘기는 다르다. ’6.2 지방선거의 화두는 많았다.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의 선택이었다고 볼수 없다. 무상급식만의 검증이 필요하다’.

한반도 대운하에 빗대 보면 여권의 얘기가 맞다. 선거공약이었던 무상급식은 검증이 끝난 일도 재론을 못하게 할 일도 아니다. 꼭 180억원이 드는 주민투표가 필요했느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야권 압승=검증 완성, 그러므로 재론 금지’라는 논리는 더 받아들이기 힘들다.   

무상급식이 등장한 것은 2년4개월전 경기도에서다. 경기도 교육감에 출마한 김상곤 후보의 입에서 시작됐다. 김 후보가 당선되면서 무상급식이 세상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예산 편성을 두고 한나라당판이던 경기도의회와의 난타전을 벌였다. 대한민국의 진보세력이 결집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는 모든 야권 후보의 공약으로까지 부상했다.   

그 기간. 무상급식의 역할은 늘 촉매였다. 진보를 결집시키는 촉매, 거여(巨與) 지방정부에 맞서는 촉매, 야권을 하나로 묶는 촉매였다. 이념 또는 정치로부터 떨어진 적이 없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늘 정치와 뒤섞여 있는 무상급식을 보고, 평가하고, 선택해야 했다.

이제 한번쯤 떼어 놓고 볼 필요가 있다. 복지로서의 무상급식을 국민에게 물어 볼 필요가 있다. 복지라는 게 한번 시작하면 뒤로 못 가는 거다. 한번 시작한 무상급식은 영원히 가는 거다. 주던 밥값을 못 주겠다고 버틸 정치인이 우리 정치풍토에 등장할 리가 있나. 8월 24일은 그런 날이다.

결과에 승복하자. 기준은 오로지 33.3%다. 다른 건 의미 없다. 33.3%를 넘기면 여권의 승리다. 못 넘기면 야권의 승리다. 33.3%를 넘기면 무상급식 밀어붙이기는 중단돼야 한다. 못 넘기면 투표책임자는 사퇴해야 한다. 버틸 수도 없겠지만 버티려 해서도 안 된다.

지금은 누군가의 충격적 희생을 필요로 할 때다. 지긋지긋한 이 정쟁을 끝내려면 달리 수가 없다.

누구는 무상급식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한다. 누구는 무상급식 안하면 아이들이 망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나라를 망치는 것은 무상급식이 아니다. 무상급식을 두고 죽자 살자 2년째 싸우고 있는 우리네 정치다. 어쩌면 그 정쟁이 끝날 수 도 있는 날이 8월 24일이다. 

독도도 지켜야 하고, 외환위기도 막아야 하고, 물가도 잡아야 하고, 수해현장도 복구해야 하는 대한민국. 무상급식이 도대체 뭔가.

/김종구 논설위원 kimj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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