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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주술’
오피니언 임양은칼럼

무상급식 ‘주술’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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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했다. 당장은 돈을 안 내는 심산 때문이다. 하물며 공짜임에야, ‘공짜면 양잿물도 먹는다’ 했으니, 무상급식 유혹을 그럴싸하게 여길지 모르겠다. 그러나 알고 보면 학교 공짜급식 주장은 허구다.

 

무상급식을 말하는 사람들은 초등학교 5·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고 한다. 도내 초등학교 5·6학년은 30만8천700여명이다. 이들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데 드는 돈은 연간 1천200억원이다. 어찌 하필이면 5·6학년뿐인가, 초등학생 전원에게 확대해야 형평에 맞다고 하면, 차츰 그렇게 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내 초등학생 84만2천200여명 전원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돈이 또 연간 3천400억원이다. 어찌 초등학교만인가, 중·고등학생은 학생이 아닌가, 이들의 전원 무상급식을 물으면, 장차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중·고생 94만1천100여명에게 드는 돈이 연간 4천800억원이다. 결국 도내 초·중·고생 전원 무상급식 소요 예산이 자그마치 연간 8천200억원이다.

 

초·중·고생 전원 무상급식이 가능하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무상급식을 마치 저들이 면허증 딴 것처럼 주창하는 사람들도, 내심으로는 믿지 않을 것이다. 아니다. 그들은 초등학생 전원은 고사하고, 5·6학년 전원 무상급식 확대도 사실은 어려울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왜 간판 메뉴처럼 떠드는가, 대중 영합주의 심리다. 무상급식 확대가 되고 안 되고는 정작 별문제다. 꼴통들 반대로 안 됐다고 역공하는 것만으로도, 대중영합에 성공했다고 보는 그들이다. 전형적인 선전선동 정치다.

 

그러나 무상급식 확대는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점심을 굶는 학생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학생은 없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하위계층 학생들에겐 저들이 걱정 안 해도 지원급식을 한다. 이 혜택을 받는 학생들이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전원 확대해야 한다지만, 근거 없는 맹랑한 소리다. 오히려 그런 말하는 사람들의 맹랑한 소리로 학생 입장을 어렵게 할 수 있지만, 지원급식 받는 게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전원 무상급식은 초등학생의 경우, 4만원 정도 되는 급식비를 낼 수 있는 집 학생들까지 공짜로 하자는 것인데 역평등이다. 당장 5·6학년 학생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하려고 해도 노후 시설 개선·도서 구입·실험 실습비 등을 비롯한 제반 예산 항목에서 돈을 갉아 모으고도 모자라, 자치단체에 손을 내미는 형편이다. 자치단체인들 무슨 예산이 많다고 살림살이가 다른 교육청에 뭉칫돈을 주겠는가, 이래서 자치단체 지원 없이 자체 예산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자면 기존의 다른 항목 예산에서 더더 깎아내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게 문제다.

 

학교는 밥 먹으려고 가는 데가 아니고 공부하러 가는 곳이다. 경기도교육청이 가장 힘써야 하는 것은 공짜밥 안 먹어도 되는 학생들에게 공짜밥을 억지로 먹이는 일보다는 학생들의 수업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다. 이런데도 일을 거꾸로 벌려 수업환경 개선은 소홀히 하고 공짜밥 먹이는 데만 돈을 써대겠다는 건, 교육예산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학생을 진정으로 위하는 게 아니다. 학생에게 먹이는 공짜밥은 밥이 아닌, 즉 사탕발림 독소인 것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의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학교급식은 학부모 부담이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는 6·2지방동시선거에서 무상급식을 ‘금과옥조’처럼 인기품목 삼아 내세우겠다는 정당이 있는 모양이지만 틀렸다. 무상급식은 ‘조삼모사’보다 더 심한 농간이다. 대중을 우습게 보아선 안 된다. 무책임한 선전선동의 중우정치 농간에 넘어갈 대중사회가 아니다. 무상급식은 핸드폰을 바꾸면 그냥 준다는 길거리 ‘공짜폰’ 장사와 같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에 있나, 통신요금으로 덮어 씌우는 것이 ‘공짜폰’이다. 공짜급식 확대도 공짜가 아니다. 열악한 수업환경 개선을 가로막는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이 공짜급식이다.

 

우린 북녘처럼 ‘쌀밥에 고깃국’을 내세워야 하는 사회가 아니다. 멀쩡한 학생들, 학부모에게 무상급식 주술을 걸고자 하는 족속들 생각이 마치 북녘 사람들 같다. 잔꾀를 일삼는 정치는 성공을 못한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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