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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김홍업, 박지원이다
오피니언 임양은칼럼

문제는 김홍업, 박지원이다

“검찰은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 비리로 연루된 아들을 구속시켜야 한다”고 했다. 김대중(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높인 목소리다. 김영삼(대통령)의 둘째아들 현철(씨)은 결국 구속됐다.

김영삼·김대중, 김대중·김영삼은 평생의 정적이긴 하다. 이를 뒤집으면 또 평생의 친구이기도 하다. 전두환(국보위)의 신군부 및 5공 땐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공동의장을 함께 했다.

김대중은 이를테면 친구의 아들을 구속시켜야 한다고 한 것이다. 마땅히 구속감이긴 하지만, 직접 대고는 차마 그럴 수 없는 것이다. 당시 김영삼의 둘째 아들을 두고 말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대통령이긴 해도 말을 트고 지내는 친구가 있었다. 원로 변호사다. 한 번은 친구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말했다. “현철이, 미국에 보내비리라!” “…” 입맛만 다시고 있는 대통령에게 친구는 다그쳤다. “자넨 와 현철일 기리 끼고 도노?” 김영삼의 대답은 이랬던 걸로 들었다. 이 사람은 이렇게들 말하고, 저 사람은 저렇게들 말해, 도시 사람을 믿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혈육은 거짓말은 안하겠나 싶어 가까이 둔다는 것이었다.

아들을 측근으로 가까이 두어 화근을 부르기는 대통령이 된 김대중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도 아니고 세 아들이 모두 그랬다. 미국에 가있던 셋째 아들까지 비리에 연루되었다. 김영삼의 아들을 구속시켜야 한다고 소리 높였던 김대중의 목청은 자신에게 재앙이 돌아온 부메랑이 된 것이다. 김홍업(국회의원)은 구속됐던 그 가운데서 둘째 아들이다.

통합민주당이 발칵 뒤집어졌다. ‘비리 및 부정 등 구시대적인 정치 행태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인사는 공천 심사에서 제외한다’ 이는 통합민주당 당규 제14조 5항의 규정이다. 박재승(통합민주당공천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이 하나같이 이 당규를 적용,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사람은 공천에서 제외한다는 불퇴전의 원칙이 하도 서릿발 같아 당 지도부가 얼어붙었다. 이에 저촉되는 당내 인사는 10여 명이다. “억울한 사람은 기여도를 생각해 선별 구제해야 한다”는 것이 지도부의 설득이다. 그러나 ‘예외는 원칙을 깬다’는 것이 불변의 공심위 입장이다.

문젠 선별구제란 데 있다. 통합민주당 지도부의 속셈은 딴 데 있다. 이들에겐 김대중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일은 절대적 금기다. 상왕으로 떠받드는 그의 둘째아들 홍업, 그리고 김대중의 분신인 박지원(전 비서실장)만은 어떻게든 공천을 해내야 김대중에게 체면이 선다고 보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이다.

해결책은 공심위가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당 지도부가 공심위를 해체할 수 있지만 모양새가 사납다. 이보단 김홍업, 박지원을 무소속으로 내보낸 대신 무공천 선거구로 하여 나중에 복당시키는 방법이 궁여지책이다.

안타까운 것은 지역색이다. 한나라당 공천은 수도권과 영남에서 서로 박이 터질 지경의 다툼을 벌인다. 이에 비해 호남에서는 통합민주당이 서로 헐뜯는 공천 다툼이 불을 뿜는다.

어떻든 흥미로운 대조가 확연한 게 있다. 김대중의 둘째아들 홍업은 한사코 국회의원에 나서려고만 한다. 그런데 김영삼의 둘째아들 현철은 비리 연루가 거론되자, 나섰다가 이내 그만 두었다. 어떤 것이 바른 처신인지는 세상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김대중의 노욕은 끝을 모른다. 얼마전 둘째아들 김홍업 그리고 분신인 박지원의 선거구가 되는 목포·신안 인근을 다녀왔다. 운신이 불편한 노구를 이끌고 굳이 거길 왜 갔을까, 선거구 ‘행보지원’으로 보는 세간의 눈을 아니라고 우기기엔 속이 너무 들여다 보이는 것이다.

통합민주당 지도부는 뭘 모르고 있다. 호남을 봉건영지로, 김대중을 영주로하는 전략구도의 구태는 역시 구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인물로 보면 수도권, 아니 수원에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대중을 업은 호남거점전략은 크게 보아 자해행위다. 호남에선 총선을 싹쓸이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수도권엔 될 사람도 안되게 만드는 불이익을 자초하는 것이다.

통합민주당이 진정 살고 싶으면 김대중의 묵은 그늘에서 벗어나는 용단을 가져야 한다. 이 시대는 새로운 정치, 참신한 비전을 갈망한다. 청정화된 신선한 정치인을 요구한다. 김홍업, 박지원 등을 궁여지책의 꼼수 탈락이 아닌 진짜 탈락으로 읍참마속할 때, 당은 청정화되고 폭넓은 감동을 줄 것이다.

한나라당 공천도 물론 문제가 많다. 이는 따로 말하겠지만, 통합민주당 공천을 먼저 말하는 것은 문제의 바탕이 다르기 때문이다. 본질이 다른 건 김홍업, 박지원 선별 구제에 당 지도부가 사력을 다하는 김대중 맹주에 대한 주술적 충성으로 집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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